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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MOD NEWS

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REPORT

당당한 선택에 자부심을 주는 학교(에스모드 재학기)

  • 작성일2007.04.25
  • 조회수6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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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때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던 내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으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다가도 ‘아- 그렇구나’하며 사람들이 나의 선택에 동의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대학 대신 선택한 곳이 그 유명한 ‘에스모드’이기 때문이고, 확신에 찬 나의 당당한 어조가 그 두 번째 이유이다.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유명 고등학교 입학 후에 스스로 대안학교로 전학했듯, 에스모드는 내게 차선이 아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에스모드에 입학한 지도 어느새 일 년이 넘었다. 에스모드에 처음 들어와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그림이었다. 거의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인체 비례는 엉망진창이었고, 내 그림 위엔 언제나 교수님의 빨간 펜 자국이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라이트박스 위에서 끙끙대며 매달려 드디어 칭찬을 받게 될 때쯤 다시 날 힘들게 했던 것은 디자인 감각이었다. 어릴 때부터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친구들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늦게 진로를 결정한 나는 남들보다 아는 것도 적었고, 디자인 전개를 위해 컨셉을 잡는 일부터도 힘들었다.

학교가 끝나면 허둥지둥 귀가해, 작업하고 새벽에야 잠자리에 드는 일이 허다했다. 악착같이 패션잡지를 뒤지고, 토요일이면 원단시장에 가서 그 분들이 아침식사를 하실 때쯤 들어가 점심식사 시간에 어지러운 머리로 나오곤 했다. 지칠 때쯤엔 문화생활도 공부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틈틈이 서점과 전시장을 찾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인가 학우들이 내 디자인을 보며 ‘너답다’는 말을 꺼냈고, 난 그게 무척이나 좋았다. 미숙한 솜씨나마 1mm의 차이를 넘나들며 패턴을 그릴땐 희열도 느꼈다. 막막한 기분이 들 때면 처음 입학해서 했던  작업들을 꺼내보곤 한다. 우스울 정도로 미숙하면서도 열심히 한 흔적을 보면서 ‘이 땐 이런 마음가짐이었구나’, ‘그래도 이만큼 발전했구나’ 하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학년 내내 시간에 쫓겨 촉박하게 작업을 하면서도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혼이 쏙 빠졌었는데, 나중에 작업물을 다시 돌려받자 ‘이게 내 지난 1년이구나’ 하고 가슴이 벅차왔다. 학년 말에 성적표에 쓰인 교수님들의 짧은 소견을 읽으면서, 한 해 동안 내게 하셨던 관심어린 한 마디 한 마디가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어디에서건 노력은 자신이 하는 것이고 결과 또한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에스모드에서는 그 길이 혼자 걷는 고행길이 아니다. 지난 1년. 믿고 의지하면 그만큼 끌어주시는 교수님들이 계셨고, 서로 응원하고 채찍질하며 같은 길로 나아가는 학우들이 있었다. 졸업까지 남은 시간 동안 내가 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할지 난 매일매일 궁금하고, 또 성장해 나가는 그 힘든 시기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