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기업연수기 : 인터패션플래닝 트렌드기획팀
- 작성일200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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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2학기 수업을 모두 마치고 드디어 기업연수의 기간이 주어졌다. 일반 대학생들은 가질 수 없는 아주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기대도 크게 가지고 내 개인적인 스케줄에 따라 연수할 업체를 찾았는데... 좀처럼 쉽사리 연수업체가 구해지질 않는 것이다.
그렇게 기업연수기간 3주간 중에서 한주일이 훌쩍 지나가려는 찰나, 학교 홈페이지에 들려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드디어 한 회사에서 기업연수를 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우리 반 은지언니도 함께 연수를 하게 되어 더욱 더 마음에 들고 좋았다.
나는 ‘인터패션플레닝 사업부’의 ‘트렌드 기획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트렌드를 기획하고 설명회를 하여 트렌드를 제시하는 회사로 정말 첫 출근 하던 날 회사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던 컬렉션 지와 외국잡지들 트렌드 북들을 보고 진짜 “헉!”소리가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우선 팀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내 자리를 배정받고 컴퓨터를 연결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첫 출근 날, 회사 홈페이지에 컬렉션 사진을 올리는 일을 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를 달깍거리면서 컬렉션 사진만 올렸다. 한 장이라도 중간에 잘못 올리면 다 지우고 다시 올리고 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그러다 오후 늦게 문지연 대리님께서 옷 사진을 컬러와 컨셉별로 분류하는 일을 주셨다. 그래서 그 일을 하는데 우리가 학교에서 해왔던 작업과 비슷한 작업이었다. 하루 종일 컬렉션 사진만 올리다가 다른 업무가 들어오니까 신나서 하긴 했는데 윈도우 98의 미리보기가 안 되어 일단 첫날 업무는 마무리 직전까지 마쳐놓고 퇴근을 하였다.
둘째 날 아침에 전날 마무리 못 지었던 일을 마무리 지어놓고 정말 하루 종일! 하루 종일 컬렉션 사진만 올리는데 진짜 퇴근하고 집에 오는 길에 그만 두고 싶고 눈물도 덜컥 나고 마구 불평불만만 늘어놓게 되었다. 그래도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불평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다잡고 다음날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로 출근했다.
정말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컬렉션 사진을 홈페이지에 올리는데 드디어 과장님께서 다른 업무를 주셨다. 그리 대단한 업무도 아니고 단순히 스캔을 해달라는 업무였는데도 너무 감사하고 기뻤다. 스캔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스캔을 하면서 그 순간의 짬마다 컬렉션지도 보고 외국잡지도 보고 그랬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난 후에 또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컬렉션 사진을 올리다가 차장님께서 포토샵 작업을 부탁하셔서 저녁 먹기 전에 포토샵 작업을 하였는데 나의 아주 기초밖에 만질 수 없는 형편없는 포토샵 작업에도 차장님께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내가 더 감사할 따름이었다.
야근을 하면서 다음날 있을 트렌드 설명회에 판매될 트렌드 북에 들어갈 컬러 칩을 붙이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신기했던 것은 컬러 칩이 진짜 실로 되어있었다는 점이다. 종이를 실패처럼 놓고 각 컬러마다 실을 감아 컬러를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너무 신기해서 은지언니가 왜 이렇게 컬러 칩을 실로 하냐고 여쭈어 봤더니 실질적으로 책에 프린터 되는 컬러가 다를 수도 있고 디자이너들이 원단과 비교할 수 있도록 실로 컬러 칩을 한다고 하셨다. 정말 기발하고 신선한 아이디어 같았다 그리고 컬러 칩을 트렌드 북에 붙일 때는 뜯고 붙이기 쉬운 ‘찍찍이’ 라고 흔히들 부르는 것을 붙이는데 다 하고 나니까 지문이 다 떨어져 나가는 고통이 느껴졌고 실제로 손끝이 많이 까져있었다. 그렇게 새벽 1시가 넘어 까지 야근을 하고 팀장님께서 “영수증 꼭 받아와!”라고 말씀하시며 주셨던 택시비를 받아서 아주 늦은 시간에 집에 가게 되었다. 전날 불평불만하고 어린아이처럼 징징대기만 했던 내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 가서 오전엔 컬렉션 사진을 조금 올리다가 오후에는 섬유센터에 마련된 설명회장 안내요원으로 가게 되었다. 몇 백석이 되는 자리에 먼저 팜플랫을 깔고 설명회를 하기 직전에 급하게 설명회장 뒤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급하게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바로 나가서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디자이너들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설명회가 시작되고 회사에서 준비한 설명회 영상을 보았는데 언니랑 보는 내내 “저거 내가 스캔 한 건데!”, “저거 내가 포토샵 한 건데!”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설명회가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설명회 티켓 값이 89,000원 이나 하고, 트렌드 북 한권 값이 100만원이 넘는다는 말에 정말 입이 벌어졌다.
금요일에는 하루 종일 컬렉션 사진을 올리고 김대리님께서 부탁하신 스캔을 하고 다시 컬렉션 사진을 올리고 하는 일만 반복했다. 다른 분들이 모두 퇴근하시고 회사에 4명밖에 안 되는 분들만 남아계신 상황에서 김대리님께서 내게 “민선씨 금요일인데 퇴근 안하세요?” 라고 하시길래 “아...이것만 마치고 퇴근하겠습니다.” 라고 하였더니 차장님께서 “민선씨 일에 재미 붙이셨나 봐요.”라고 하셨다. 솔직히 그날 기분이 좋았던 건지도 모르지만 차츰 내가 무엇인가 진짜 배운다는 느낌이 들고 있어서 재미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다음 주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컬렉션사진을 올리는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 했기 때문에 쉬지 않고 컬렉션 사진을 올렸다. 그래도 꼼수가 늘어 키보드로 초고속으로 사진을 업로드시켰다. 나중에 작업을 마친 후에 내가 올린 사진을 세어보니 2764장이나 되었다. 정말 인간승리라는 기분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저녁에는 회식자리에도 참석했다. ‘아빠가 회사 다니실 때 회식한다고 하셨던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어릴 때 봤던 그 아빠의 모습을 나에게 지금 느끼게 되니 새삼 내가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이번 기업연수를 통해 정말 회사의 막내로서 많은 일을 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사회생활과 회사가 어떤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꼈다.회사 내의 상하체계를 이해하게 되었고, 포토샵을 많이 만지게 되어서 그림 따내는 데는 이제 선수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팀장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이젠 정말 스캔하고 복사하는 것에는 걱정이 없다.
특히 연수 기간 중에 이미지맵을 많이 봐서 진짜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이미지맵이 얼마나 '초등학생의 수준‘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회사엔 그래픽 천재라고 하는 분들이 이미지맵을 만드는데 정말 이게 진짜 이미지맵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정말 원 없이 외국 컬렉션지, 외국 잡지, 트렌드 북, 이미지맵 북을 보았던 것도 좋았다. 지방에 살던 내가 서울에 와서 눈이 많이 커졌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이번에 한 번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회사에 두 분 빼고는 사장님 이하 모두 여자분 이셨는데, 일을 하면서 진짜 ‘능력있고 실력을 갖춘, 사회에서 인정받는 당당한 여성’을 실제로 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회사에 계신 분들과 점심시간 등을 통해 짬짬이 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패션 계통이 어렵고 힘든 건 예상하고 있지만 진짜 사회에 나가면 더 힘들 것이라는 말씀이 연수하는 내내 느껴졌다. “꿈과 현실은 꼭 비례하지만은 않는다” 라는 말도 연수 이후에 종종 되뇌이게 된다.
이번 연수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던 내게 패션과 회사생활, 더 나아가 사회생활을 짧게나마 경험하게 해준 소중하고도 보람있는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