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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모드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소식

REPORT

Sa fille 연수는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 작성일2004.01.26
  • 조회수6262
지난 11월엔 2주간의 기업연수 기간이 있었다.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1학년이 끝나가고 게다가 연수까지 하다니… 연이은 과제 제출에 지쳐있던 터라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과제 걱정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사실은 가장 좋았다. 내가 연수를 하기로 결정한 곳은 디자이너 이정우 선생님의 사무실 (Sa fille) 이었다. 여러번 생각끝에 이곳에서 연수를 결정한 것은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 그곳에서도 연수를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그때부터 나의 2주간의 연수가 시작되었다. 사무실은 집에서 꽉채워 두시간이나 걸리는 먼거리였다 (학교도 그렇지만…). 첫 출근을 하고 ..안그래야지.. 하며 왔는데도 약간 어색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색한 느낌은 금방 없어지고 모두들 관심을 갖고 편안하게 잘 대해주셨다. 이곳에는 에스모드 3회부터 12회 졸업생까지 계셔서 더더욱 반가웠다. 이정우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 참가하시다가 이번엔 뉴욕에 ‘Jeongwoo Lee’ 라는 이름으로 새 매장을 오픈하셨고, 또한 국내에서는 CJ39쇼핑에서 여섯분의 디자이너가 참가하는 Ilda라는 브랜드를 전개하고 계신다. 내가 들어갔던 기간은 마침 뉴욕 매장에 들어갈 2004 S/S 의상준비를 하느라 가장 바쁜 기간이었다. 첫날 바로 주어진 일은 비즈 장식을 다는 일이었다. 많이 들어봤지만 정말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처음 해보는 거라 손에 익숙치 않아서 정말 어설펐던 것 같다. 하지만 한 벌로 끝날 게 아니었고 옆에는 앞으로 달아야 할 옷들이 수북했다. 연수기간 내내 비즈만 달다가 끝나버리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스러웠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서 점차 다양한 일거리가 생기는게 재밌었다. (물론 비즈장식도 틈틈이 해오면서 속도가 빨라져서 연수 끝나기 전까지 모두 완성하고와서 후련하다.) 하루는, 매장에서 바로 판매될 실크 원피스의 밑단을 줄이는 일이 있었다. 공그르기를 잘못했었는데 못한다는 말을 하기 싫어서 진땀 빼며 했던 일도 있었다 (다행이 무사히...). 일하며 틈틈이 쇼룸에서 의상을 구경했다. 2003 F/W 의상들 중 선명한 핫핑크와 옐로우 컬러가 단연 눈에 띄었다. 블랙을 기본으로 매치된 두 컬러들은 모피와 실크 등의 소재와 만나 여성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주었다. 하루 종일 사무실 안에만 앉아있다 보니 동대문 다녀오는 일이 너무 좋았다. 실제 상품화되는 원단이나 부자재를 구하러 다니는 건 학교 과제 때문에 다녔던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패턴실도 처음 가봤는데, 비록 의상 샘플과 함께 몇마디 설명만 전해드리고 오는 것이었지만 다들 너무 바쁠 때 나에게도 여러 일을 맡겨주신 것에 대해 나름대로의 사명감을 가지고 했던 것 같다. 뉴욕 매장의 2004 S/S 의상에는 면, 실크, 쉬폰 소재가 많이 쓰였고 패턴은 여성미를 잘 표현하는 따뜻한 색 계열의 큰 꽃무늬가 많이 쓰였으며 페미닌한 느낌의 수트 라든지 하늘하늘하고 흐르는 듯한 느낌의 의상들이 주를 이뤘다. 또한 수작업을 많이 요하는 의상들도 여럿 선보였다. 뉴욕 매장의 의상과는 다르게 CJ39쇼핑에서 판매되는 Ilda의상은 바로 바로 방송을 하기 때문에 현재 시즌에 맞는 베이직한 디자인의 아이템으로 이루어졌다. 평범하면서도 트렌디한 이 옷들은 여러 Ilda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매출 1위를 기록한다고 한다. 마지막 날은 지난 연수기간 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보드 작업 - 도식화, 소재 분류하여 보드에 붙이는 작업 - 을 끝으로 짧지만 알찼던 2주간의 연수가 끝이 났다. 2주간 거의 매일 아침 10시에 출근해서 밤10시가 넘어서야 사무실을 나왔다. 그만큼 가장 바빴던 기간에 마침 연수가 겹쳐서 정말 빠듯하게 연수를 하게 되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바쁜 일손을 조금이나마 도와드리고 올 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뿌듯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겪고,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나 뿐만이 아니라 그곳 언니들 모두 집이 굉장히 멀었는데 매일 밤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고 낮에는 하루 종일 여기 저기 뛰어다녀야 했지만 모두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디자이너란 직업은 환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동안은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내심 환상을 품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이번 짧은 연수기간에 처음 경험해봤던 이 일들은 환상이 아니라 졸업 후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해주었고, 그때의 내 모습도 지금의 자신감과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나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멋진 디자이너가 되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는 그 패션 거리 속에 내 이름 석자를 당당히 걸리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