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모드 도쿄 교환학생 연수기
- 작성일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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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지역): 에스모드 도쿄(에비스역에 위치)
□ 수업시간: 오전9시부터오후6시까지 오전4시간 오후4시간으로 이루어짐.
□ 수업 일정:
월요일) 오전-모델리즘 오후-모델리즘
화요일) 오후-스틸리즘
목요일) 오후-모델리즘
금요일) 오후-스틸리즘
*수요일은 수업이 없었음
에스모드 도쿄는 에비스에 위치하였는데, 이 곳은 조용한 부촌동네였다. 에비스 근처에는 시부야 하라주쿠등 유명한 거리들이 이어져있어서, 시장조사를 다니기엔 좋았다. 모델리즘과 스틸리즘의 두 수업을 받았고, 내가 들어간 반은 1학년이 되기 전에 들어가는 기초반으로, 9월 학기에 시작된 반이었다. 진도는 상의 원형이어서 이미 서울에서 배웠던 것을 복습하는 기회가 되었다.
모델리즘 시간에는 주로 입체수업을 했고, 입체와 평면수업을 잘 복합해 진행하고 있었다. 한국 모델리즘과 일본 모델리즘의 차이들을 이해하면서, 입체재단 사용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한국에서는 과제와 바쁜 수업 일정 등으로 학교 가는 것이 힘들기도 했었는데, 이곳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에는 수업 외에도 도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주셔서 시장조사를 나가는 일이 많았던 것이 좋았다. 강의를 통한 수업이 아니라 내가 직접 보고 느끼면서 문화를 접하는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많은 것을 흡수하려 노력했다.
스틸리즘 수업으로 우리는 도쿄의 한 마을을 정해서 리서치하고 도씨에를 완성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 작업이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다. 한국에서처럼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하라고, 광범위하게 알려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처음에는 너무 힘들고 어려웠다. 아마도 항상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주시는 한국 선생님들의 세심함과 따뜻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내가 모든 것을 찾아서 진행해야 하는 일본의 방식이 낯설고 어려웠던 것 같다.
정말 좋았던 부분은 이곳에서 했던 작업들은 ‘무조건 해야 하는 힘든 과제’란 느낌이 들지 않고, 재미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시간에 쫓기다 보니 물론 좋아해서 이쪽 길을 택하긴 했지만 너무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과정으로 즐기는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취미와 직업의 차이일 수도 있는 것 같지만, 내가 평생토록 직업으로 가지려는 일을 즐기고 싶은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일본에 있는 동안 모든 작업을 하면서 처음에는 해결방법을 몰라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작업 과정 자체는 정말 즐거웠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금은 집에 꾸며놓은 내 작업공간에서 일하는 것도 너무 좋고, 진급시험도 너무 즐겁기만 하다. 내가 일본에 가서 일하는 것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배워 온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복습 과정도 많았기 때문에, 단순한 지식적 측면은 배우는 양이 한국에서의 seq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하지만 문화의 차이와 그들과의 사고방식의 차이, 그리고 다양한 방법들을 보면서 항상 한 방식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던 내게는 큰 공부가 되었다.
이번 교환학생 시간은 항상 고지식하고, 선생님이 가르쳐준 그 방식에 얽매이고, 보수적인 생각에 쉽게 빠져버리던 나에게 그 갇혀 있던 틀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내년에도 또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 프랑스에 다녀온 언니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꼭 에스모드 파리에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년까지 프랑스에 갈만한 실력을 못 키운다면, 에스모드 오사카에라도 가보고 싶다. 같은 일본학교지만 오사카와 도쿄인들은 많이 다르다고 들었다. 또 에스모드 파리에는 오뜨꾸뛰르 전공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프랑스어 공부를 놓치지 않고 해서 졸업한 이후에라도 꼭 한번 가서 경험하고 부딪히고 배우고 싶다.
외국의 교육방식이 우리보다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외국에 나가 그 차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은 정말 큰 공부가 된다. 또한 교환학생의 기회가 있을 때 그것을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어렸을 때 영어공부를 하기 싫어서 도망 다니면서 “난 한국에서 일하며 한국에서만 살 거에요! 한국 사람이니 한국어 하나만 잘해도 되잖아요?”라고 말하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다는 게 느껴지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언어의 중요성을 알곤 있었지만 교환학생을 통해 다른 어떤 공부를 하는 것보다 언어를 공부해서 그 나라 사람들과 대화함으로 문화를 느끼는 것이 훨씬 교양을 쌓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어가 경쟁력이 된 이 시대에 학교 공부만큼 언어에 매진해서 내년 이맘때에 다시 한 번 교환학생 보고서를 쓰고 싶다.
세계 문화에 관심이 많고 세계 역사와 지리에도 유난히 관심이 많고, 지금의 기성복보다 한복, 기모노, 치파오 등 전통 옷들에 특히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이런 기회들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깊은 결심을 세웠다. 에스모드 도쿄에서 한 달이라는 기간이 나에게 준 것은 단순한 수업이상의 것들이었고, 나의 인생전체를 다시 생각하고, 더 큰 꿈을 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고리를 열 수 있게 해준 학교에 너무 감사하고, 꿈같이 지나가버린 이 짧은 시간이 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내 현실이 되고 생활이 되어서,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있는 내가 되길 바란다.
교환학생을 위해 신경 써주신 선생님들과 부모님께 정말 감사한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 많은 지인들이 내 얼굴이 편안해지고 뭔가 예전에 보였던 혼란한 모습이 없어진 것 같다고들 한다. 꿈과 목표가 확실히 정립되고, 이제 뭘 바라보고 나아가야 할지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난 요즘 하루하루 사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요새 진급시험을 보고 있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하루하루 공부하면서 사는 것도 너무 행복하다. 배우고 싶은 것, 배울 것이 나날이 많아지는 것도 행복하다. 그 중 ‘무엇을 먼저 배워야 하나’ 고민하는 행복에 젖어 사는 나는 요즘 너무 기쁘다. 그래서 학교 친구들에게도 지금부터 언어를 공부해서 내년에 같이 교환학생을 가자고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얻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돈 얼마가 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서 그야말로 ‘교환학생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도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