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s come true’ 프로젝트

  • 작성일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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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Comme des Garcons(이하 CDG)이라는 브랜드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졸업전 마지막 기업연수를 꼭 CDG에서 하고 싶었다. 하지만 CDG에서는 아무리 연수생이라도 면접없이 서류 심사로만 채용할 수 없다고 하여 한달 간의 고민 끝에 큰 리스크를 안고 파리로 향했고, 결국 면접을 통과해 CDG에서의 3주간의 연수가 시작됐다.

남성복컬렉션 기간이었기에 할 일이 많았다. 세관통과용 서류 엑셀작업부터 쇼룸 판매기간 동안의 주문량 계산작업 및 쇼룸 정리, 상담 보조, 그리고 판매기간 후에는 이태리 쇼룸 및 일본 본사, 게릴라 스토어에 보낼 상품 리스팅 및 팩킹 작업 등 작업 하나하나가 숫자와의 싸움이었다. 번호 하나, 알파벳 하나라도 잘못 표기될 경우에 입게 될 손실이 클 것을 생각하며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며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했다.

내가 일한 커머셜 팀의 팀원들은 일본, 프랑스, 아일랜드, 독일, 폴란드, 호주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따라서 2~3명의 프랑스인 외에는 불어가 제 1 외국어인 경우가 드물었고 영어권 국가가 아닌 직원에게 3개 국어 구사는 필수였다. 그래서 다들 불어로 말을 시작했다가도 어느새 영어로 말하고 있는 광경이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이는 CEO와의 회의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레이 카와쿠보의 남편이자 CDG의 CEO인 아드리안 조페 역시 영국인이다. 물론 불어도 능하지만 일어 역시 상당한 실력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쇼룸 판매 첫날 아침, 디자이너의 컬렉션 설명이 있었는데 레이 카와쿠보는 영어를 잘 하면서도 굳이 일본어로 말을 했고 조페가 이를 영어로 통역했다. 곧이어 준야 와타나베 역시 자신의 컬렉션에 대한 설명을 전 직원 앞에서 간단히 했다. 시종일관 무표정인 레이 카와쿠보는 판매기간 내내 매일 출근하여 판매 추이를 가까이서 지켜보았고, 밀라노의 코르소 코모와 같은 ‘빅 클라이언트’와는 대화도 나누는 등 생각보다 ‘적극적’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인턴쉽이어야만 어느 정도 경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짧은 기간임에도 무리를 해서 파리로 간 것은 CDG의 기업 운영방식이 내 눈에는 남달라 보였고, 좀더 가까이서 그것을 체험해 보고 그 성공의 해답, 아니 힌트라도 얻고 싶었다. 그리고 연수를 마친 지금, 나는 그것을 얻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 연수 전에는 ‘아트’라 불려지는, 좀처럼 팔릴 것 같지 않은 컬렉션 옷들, 그리고 후미진 장소에 위치한 허름한 창고같은 게릴라 스토어 등을 보면서 나는 CDG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모험하는 용감한 기업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CDG만큼 철저하게 리스크 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또 있을까 싶다. CDG은 독창성, 단순성, 효율성이라는 세 요소가 잘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내는 기업이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오로지 카와쿠보에 의해 컨트롤된다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매장에 걸릴 형광등의 두께까지 그에게 팩스로 컨펌받는 것을 보았다.

파리 Comme des Garcons 쇼룸 판매기간 중에 갤러리아에서 온 한국 바이어팀을 만나게 되었고, 운 좋게도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한화유통 본사의 해외상품팀에서 4주간의 Buying MD 연수의 기회까지 얻었다. 백화점 해외상품팀에서 일한다는 것은 단순한 바잉업무 뿐만 아니라 유통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사업개발, 상품기획 및 관리, 판매, 매출분석 등과 같은 바잉 전후 작업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넓은 시야와 인맥, 통찰력 및 분석력,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숫자감각, 그리고 서비스 정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올해 여름, Comme des Garcons과 갤러리아 백화점에서의 연수는 나에게 있어 그야말로 ‘Dreams Come True’ 프로젝트였고, 이는 에스모드 서울에서 끝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셔서 가능한 일이었다. 학교에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 주셔서 항상 든든했고,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에스모드가 명성높은 국제적인 학교임은 외국에 나가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나는 ‘에스모드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그 ‘에스모드의 힘’은 학생 한명 한명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네트워킹임을 이번 연수를 통해 다시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