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이영희 컬렉션을 보고
- 작성일200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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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가보는 패션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쇼 장으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쇼 장을 꽉 채우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괜찮은 자리에 서게 되어 쇼를 보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사실 이영희라는 디자이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갔기 때문에 기대와 궁금증이 뒤섞인 채 쇼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장내 혼잡 때문인지 시작 시간이 몇 분이나 지난 후에야 몽환적이면서 약간은 동양적인 음악과 함께 쇼가 시작 되었다.
쇼가 풍기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전통의상과 현대적인 것의 조화’였다. 전통의상에는 관심이 없던 나도 눈을 떼지 못할 만큼 아름다운 의상들이 많았는데, 한복치마의 풍만한 곡선과 가녀린 여성의 어깨선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디자인은 한국적인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로의 재해석으로 인해 세련미와 섹시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또한 한복치마가 몸의 곡선에 따라 만들어 내는 물결과 같은 우아한 주름은 정말 아름다워서 내 눈은 쇼 내내 의상들의 주름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바빴다. 소품도 한국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검정색의 절제된 형태에 화려한 노리개로 장식된 드레스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였다. 퍼 장식과 재해석된 한복의 조화도 굉장히 아름다웠고, 한복치마의 트임과 현대적 느낌의 재킷 레이어드에 의한 스타일링도 매우 인상깊었다.
의상의 색채도 매우 아름다웠는데, 대체적으로 검정색이 쇼의 주된 색이었지만, 특히 붉은색과 푸른색의 강렬한 느낌이 튀지도 묻히지도 않으면서 보기 좋게 어우러지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의상마다 색에서 묘한 깊이 감을 느낄 수 있었는데, 쇼를 본 뒤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보니 이영희는 불교를 정신적 지주로 의지하고 있고, 스님과 함께 천연 염료를 개발하여 색감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각각의 색들은 그녀의 정신뿐만 아니라 삶을 닮고 있는 것 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한복 고유의 선과 색을 이용하여 서구적인 것을 추구하는 패션관념을 깨는 그녀의 의상들은 트렌드에 맞추어 따라가기 급급한 요즘 어떤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만의 사상과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 느껴졌고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되었다.
한복으로 이름을 알린 디자이너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의 스타일과는 동떨어진 쇼 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이 민망해질 만큼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운 쇼였다. 물론 의상도 인상 깊었지만, 옛것과 현대적인 것을 자신의 의상으로 아름답게 연결시키는 이영희 디자이너의 철학과 사상이 매우 존경스럽고 멋있게 느껴졌다.
‘보여 지는 것에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철학과 사상을 가지고 옷 하나하나에 내 모든 것을 쏟는 디자이너가 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