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모피와 함께한 SAGA 디자인 센터에서의 1주일
- 작성일200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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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와 연구로 패션에서 그 잠재력과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 받기 시작한 소재로서 더 이상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이 누리는 사치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예년에 비해 부쩍 늘어난 모피 아이템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올해는 좀 유별난 것은 아마 얼마전 덴마크에서 있었던 saga세미나 참석 이후 모피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덴마크에 도착했을 때 15시간이 넘게 걸린 비행과 프랑크프루트 공항에서 입국 심사 때 호되게 치른 신고식으로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공항으로 마중나온 직원과 함께, 3 0여분을 달린 끝에 차는 자갈이 깔린 하얀 집 앞에 섰고 우린 2층으로 안내되었는데 벽면이 패치워크된 밍크로 쌓여있는 침대와 여우털로 장식된 쿠션, 작은 책상 위에 놓여진 수권의 패션 잡지들이 드디어 내가 그 유명한 saga센터에 와있다는 느낌을 실감나게 했다.
이번 세미나는 특별히 Saga Contest 수상자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했는데 에스모드 서울에서 온 나와 인정언니 그리고, 영국 콘테스트 수상자 1명, 네덜란드 콘테스트 수상자 1명 등 4명의 학생들이 초대되었다. 또 우리가 세미나를 시작하는 날 로베르토 카발리에서 이태리 디자이너 3명이 사가와 함께 작업하기 위해 사가센터에 도착했는데 첫날은 우리와 함께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했다.
Saga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우수한 품질의 밍크와 여우털을 연구하고 공급하기 위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가 함께 설립한 회사로 세계 여러 나라에 프리랜서를 두고 그들을 통해 전세계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saga의 모피들은 헬싱키에서의 경매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팔려가고, saga의 모피에는 그 품질에 따라 saga royal, saga super quality, 등으로 고유의 라벨을 가지는데 saga의 모피는 세계적으로도 그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고 한다.
우리는 우선 saga의 심장부인 디자인 센터로 들어가서 먼저 모피의 품질과 선택, 그리고 모피 작업 전과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밍크나 여우털의 품질은 공통적으로 털의 방향과 길이의 일정함, 탄력성 등에 달렸다고 한다. 먼저 한 방향으로 모든 털들이 곧게 뻗어 있어야 하고 반을 접어 보았을 때 모든 털들의 길이가 일정해야 하며 털을 반대로 쓸어올렸을 때 다시 돌아오는 탄력성이 뛰어나야지 우수한 품질이라고 했다. 우리는 전혀 염색되지 않은 여러 가지 색깔의 털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었는데 색상만 가지고도 밍크와 여우가 십여종이 넘게 나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여러 가지 소재 개발된 모피들을 보며 하나하나의 봉제법과 패턴을 배웠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인 엘라스틱 밴드나 철사 등을 이용하여 감히 상상도 못할 소재 개발들을 만들어내고, 너무나 쉬운 방법으로 특별한 소재 개발들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며 정말 모피가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연구의 영역이 무한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서 익힌 여러 테크닉들을 이용하여 각자의 소재개발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샘플들은 우리들에게 idea를 제공해주었다. 나는 회색 밍크와 흰색 여우털이 필요하여 모피보관소도 가게 되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건물 옆 구석진 문쪽으로 향했다. 그는 나에게 은밀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가 가려는 곳이 모피 보관 창고임을 말해주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한층 내려가 몇 겹의 보안 코드를 거쳐 우리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어두컴컴한 방에 들어갔다. 처음 맡아보는 진한 모피의 비릿내에도 차마 인상이 찌푸려 지지않는 것은 그 방안을 가득 채운 세계적 디자이너들의 라벨이 붙은 모피 의상들 때문이었다. saga라는 글씨가 밍크로 패치워크된 디올의 코트도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일정은 근처 밍크와 여우를 사육하는 목장 방문도 포함되었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농장이라기 보다는 밍크와 여우의 사육을 가르치는 농업대학교 같은 곳이었다. 일단 밍크 사육장에 먼저 들어가 보니 각자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보였고 카드에는 고유 번호와 품질과 함께 그들의 족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두번째로 들어간 여우 사육장은 밍크 사육장보다는 약간 작았고 여우들의 수도 많지 않았다. 우리는 사육법이나 카드, 생태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연수 마지막 날, 5시가 되어 퇴근 시간이 되자 우리는 연수를 진행해주신 관계자들과, 같이 연수를 받은 연수생들과 준비해간 선물을 교환하며 전 일정을 마감했다.
나는 이번 연수를 통해 정말 소중한 경험들과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왔다. 경험이라는 것은 지식습득 이상의 배움의 가치를 지닌다. 나는 그곳에서 단지 모피에 대한 지식과 그것들을 다루는 법만을 배운게 아니다.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느꼈으며 새로운 지식은 나를 배움에 더 목마르게 했고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웠지만 더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