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한혜자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 작성일2004.05.17
- 조회수6801
나는 이번 2004-2005F/W SFAA 서울컬렉션중 장광효, 한혜자, 이상봉, 루비나쇼를
보았다. 물론, 이상봉이나 루비나 같이 유명한 디자이너의 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혜자 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SFAA컬렉션 중 한혜자 쇼가 내 머리속에 가장
강하게 자리잡은 이유는 우선 마케팅-PROMOTION과 무대 진행에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패션쇼의 일반적인 경우를 보면 관람객들은 쇼 1~2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며
지루함을 느끼고 또 입장 후에도 좌석이 모자라 앉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쾌감을 느낀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한혜자 쇼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계획하고 또 이것을 어떤
식으로 이용했는가 하는 것이다.
한혜자쇼의 마케팅과 무대 진행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이렇다......
쇼 한시간 전에 도착한 나는 ‘여느 쇼와 같이 다리 아프고 지루하게 줄을 서서 쇼가
시작하기 전까지 기다려야겠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부터
스탭들이 무언가를 나눠주고 있었다. 처음엔 흔히 볼 수 있는 일명 ‘사은품 증정’ 인가
했는데, 내 손에는 흔한 ‘사은품 증정’이 아닌 와인 잔이 쥐어지고 조금 후에는
와인과 음료수를 제공했다. 마치 BAR를 연상케 했고, 홀 한쪽에서는 상자 가득 담아
놓은 초콜렛과 안주(치즈)를 나눠 주었다.
나도 초콜렛을 받아왔다.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고,
‘한혜자쇼의 오프닝이 뭔가 다르구나?!’ 하는 눈치였다. 굳어있던 사람들의 표정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나는 쇼 직전까지 계속 되었던 이벤트(?)가 단순히 ‘사은품
증정’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지루함을 달래줄 뿐만 아니라 쇼 후에도 ‘한혜자’를
기억할 수 있는 하나의 아이템, 마케팅-PROMOTION 전략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 쇼장 밖에서 만이 아닌 입장 후에도 쇼장의 분위기는 다른 쇼와는 사뭇 달랐다.
네모난 긴 단에 딱딱한 세트가 아닌 관중과 구분되어지지 않은(무대가 없는)
공간이었고, 끝쪽에는 하얀 피아노와 섹스폰, 드럼 등 악기가 놓여 있었다.
쇼의 시작을 알리는 연주와 함께 모델들의 워킹이 시작되었다.
패션쇼는 마치 30년대 음악이 흘러 나오는 어느 BAR밖의 거리 풍경 같았고,
모델들은 여럿이 같이 나와 춤을 추는 등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BAR의 마담을 연상케 하는 우아한 드레스의 ‘이은미’씨가
등장해 노래를 부르며 쇼장안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관중들은 환호성과
박수갈채로 마지막을 장식해주었고, 쇼장을 나오는 관람객들의 표정은 모두
밝았다. 또 이곳 저곳에서 정말 인상적이고 즐거운 쇼였다는 말이 들려 왔다.
나는 한혜자 쇼를 보고 패션쇼에는 옷 자체의 중요함도 있지만 그 옷의 컨셉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무대연출과 진행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끝으로 의상 디자이너란 단지 옷에서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초점을
두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움직일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고
또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는 패션 잡지나 패션 싸이트 만이 아닌
문화와 사회 전반에 대해 이해하며 관심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