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우면서도 진지했던 에스모드 파리에서의 수업
- 작성일201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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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의 에스모드 파리 교환학생을 무사히 다녀오게 되어 무척이나 뿌듯하다. 사실 가기 전에는 설레는 마음보다 걱정이 더 앞섰는데 말이다.
에스모드 파리에서 수업을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지켜지는 원칙이었다. 내가 참여하게 된 국제반은 18개국 학생들이 한 반을 구성하고 있어 저마다 과제를 풀어나가는 방식과 개성이 뚜렷하게 달랐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것을 수용하는 분위기였고 학생들이 지도교수에 대한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반 전체가 원활히 돌아가고 결과물 역시 훌륭했다. 브라질, 네팔, 남아공, 아이슬란드 등 먼 곳에서 패션 공부를 하기위해 파리까지 온 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정말 열의가 넘치고 진지했다. 학생들 개인의 감성과 테크닉도 훌륭했다.
에스모드 파리로 교환학생을 희망하고 있는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학교시설에 대해 설명하자면, 각 교실마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와 라이트박스가 있었고, 모델리즘 교실에는 최신식의 다림기계 두 대와 원단을 한 번에 펴주는 압축 다림기계도 있었다. 또 조명과 무대가 설치된 포토존이 있었고 간식용 자판기, 사무용품숍, 컴퓨터실, 스와치를 얻을 수 있는 패브릭 자료실, 수업시간외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교내 모든 컴퓨터는 각 층마다 설치된 복합기와 연결되어 A3 사이즈까지 출력, 복사할 수 있었고 모든 학생들에게 ID카드를 발급하여 1년에 1000장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교실 내에 남녀 화장실이 있었던 것도 서울과는 다른 점이었다.
스틸리즘 시간에는 에스모드 서울과 달리 교수님의 중간 컨폼에 대한 강박이 일절 없어 보였다. 교수님은 이따금씩 여기저기 다니시며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때만 한마디씩 던져주곤 가셨고, 학생들도 자신의 판단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교수님께 질문을 했다. 지도 교수와의 끊임없는 질문과 수정을 통해 작업을 완성해가는 서울과 자유로운 분위기의 파리, 둘 중 무엇이 더 나은 것인지는 판단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작업하는 중간 과정에서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고 즐거웠고 그만큼 내 작업에 몰입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개인주의적 방식이 지배적인 프랑스에서는 이런 수업방식을 따를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델리즘 수업은 패턴을 따라 그리는 과정이 없었다. 입체패턴으로 원리와 구성에 대한 이해를 우선시하였고 필요한 패턴은 A3로 복사해서 나눠 주었다. 따라서 시간이 절약되었고 그 시간을 이용해 같은 종류의 다른 디자인의 입체를 더 할 수 있었다. 교수님이 완 가봉을 요구하지 않아 과제도 한국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에스모드 파리 수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수업은 복식사 수업이었다. 교수님께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수업을 주도해 스스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학생들은 저마다 맡은 분량을 조사하였고 그 발표방식을 학생들 스스로 결정했다. 어떤 팀은 의자로 타임머신을 만들고 작게 시대별로 부스를 만들어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 유쾌하고 흥미롭게 설명하였고 또 다른 팀은 창의적이고 재밌는 조형물을 만들어 시각적인 재미를 주기도 하였다. 내가 속한 팀에서는 콜라주로 개임판을 만들고 주사위를 던져 해당되는 숫자가 나오면 미리 준비된 카드의 질문을 퀴즈로 내고 정답을 맞추는 학생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처럼 저마다 다른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보면서 ‘패션을 배우는 방법에 있어 정답은 없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편안하고 자유로우면서 열정적이고 진지한 그들의 모습은 실로 부럽고 닮고 싶어지기도 했다.
마지막 수업 날, 두 담당 교수님과 반 친구들끼리 모여 샴페인과 과일, 과자로 쫑파티를 하였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넘어 하나의 팀처럼 따뜻하고 멋져 보였고, 한 달여 만에 나는 어느새 그들과 같은 팀의 일원이 되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