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모드 베를린에서 경험한 세 가지 프로젝트

  • 작성일2012.02.29
  • 조회수3079

에스모드 베를린 교환학생을 다녀와서

독일 에스모드 베를린에서 꼭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교환학생 신청 기간이 지났음에도 에스모드 서울의 배려로 베를린에 갈 수 있게 되었다. 너무나도 들뜬 나는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독일로 향했다.

짐 정리를 하고 다음 날 등교를 위해 학교를 미리 방문했다. 무언가 한국과는 다른 느낌에 마음이 설렜다.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라 학교 전체를 다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에스모드 베를린에서의 첫 등교를 기대하며 나는 발길을 집으로 돌렸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에스모드에 베를린에 도착한 나는 교무처에 들러 교수님들과 인사를 했다. 낯선 환경과 오랜만에 하는 독일어 때문에 긴장하고 있던 나는 교수님들께서 친절하고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덕에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 수 있었다.

베를린에서 나의 첫 수업은 스틸리즘. 베를린은 한국과 달리 일주일을 하루 종일 한 수업만 진행이 된다. 내가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 도시에는 네팔을 주제로 하는 테일러드 작업이었다. 모두 ‘네팔’이라는 같은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지만, 학생들마다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로 자기 색깔을 찾아 도시에를 진행해 나갔다. 친구들의 도시에 제작 방법도 흥미로웠다. 한국과는 달리 친구들은 이미지맵을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방식으로 스틸리즘 도시에를 작업했고, 그래서인지 더욱 개성적이고 새로운 느낌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잡지에서 사진을 찾아 꼴라주를 함으로써 새로운 볼륨, 디테일을 찾아나가는 것도 신기했다. 내가 하던 작업 방식과 조금은 다른 방식이기에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는데 교수님이 다가오셔서 조언을 해주셨다.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소재를 보러 나갔다. 한국과는 시장의 크기가 다른 것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원단의 종류, 색깔 모든 것이 한국에서 내가 해오던 식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런 소재를 써야겠다’ 고 생각하고 나갔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던 나는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네팔 테마의 도시에를 제출은 했지만 그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않았고, 다음 도시에는 잘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다졌다. 그 주에는 교장 선생님께서 점심 초대를 해주셔서 에스모드 베를린과 독일 패션에 대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베를린 교장 선생님께선 에스모드 서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셔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모델리즘 수업은 ‘KAKAO PROJECT’를 실물 제작하는 시간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테마는 말 그대로 카카오. 이 프로젝트는 내가 베를린에 오기 전에 이미 도시에 제출을 끝낸 프로젝트여서 나는 교수님과의 면담을 통해 디자인을 몇 개 진행하고 그 안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디자인은 확정 컨폼이 났으나, 문제는 소재였다. 급히 디자인을 하는 바람에 소재의 느낌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나는 소재가게를 2~3군데 돌아다니며 소재를 찾고 또 찾았다. 그러면서 가봉을 동시에 진행했는데 가봉을 하면서도 흥미로운 점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은 평면패턴을 주로 진행하는데 베를린에서는 모두가 입체로 볼륨을 찾아 구성을 했다. 입체 재단에 익숙치 않은 내게 거침없이 진행을 해 나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자 자극제가 되었다. 평면 패턴으로 구성을 하고 있던 나에게 교수님이 다가오셔서 한 번 입체로 진행을 해보라고 권유하셨고,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던 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입체 재단에도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봉을 보면서 여전히 소재에 대한 걱정을 떨칠 수 없었다. 심플한 드레스에 소재개발로 디테일 포인트를 주어야 하는데, 소재개발은 커녕 적당한 소재도 찾지 못했으니…. 결국 돌고 돌아 딱히 확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장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소재를 구해 소재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이미 몸판 드레스 가봉은 다 끝냈기 때문에 소재개발이 급했다. 소재개발에 몇 번의 실수를 거듭한 뒤 마음에 드는 소재개발을 들고 학교에 가서 실물 제작에 들어갔다. 다행히 교수님이 칭찬을 해주셨다. 그렇게 진행해 나아가 2주 만에 드레스를 하나 만들었다.

만든 드레스로 학교에선 미니 패션쇼와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피팅을 거쳐 프레젠테이션 당일이 되었고, 학생들 모두가 서로의 작품을 볼 수 있었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2,3등을 뽑아 브라질에 보내는 프로젝트였는데 비록 순위 안에 들진 못했지만 파리와 브라질에서 진행 되는 쇼에 보낼 옷을 15벌 뽑는데 그 안에 내 작품이 들어 어느 정도 만족했던 프로젝트였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 모두 함께 샴페인을 마시며 우리 스스로를 축하하는 시간 또한 너무나 즐거웠다.

이어지는 또 다른 프로젝트는 Sainte Catherine. 한국에서 이미 이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 알고 왔기 때문에 기대감이 더욱 컸다. 전체 테마는 바로크, 로코코였고, 2학년의 테마는 "DIE MELANCHOLISCHE TRUEMMER" 즉, 침울한 우울한 혹은 음침한 파편이라는 뜻이다. 내가 가진 바로크와 로코코의 이미지는 아름답고 화려하기만 한데, 그 안에서 파편이라는 주제를 끌어낸다는 것이 어려웠다. 파편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는 너무 생소한 단어이기도 했다. 아이디어 북을 진행해 나가는데 교수님께서 무언가 더 파편의 느낌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결정한 것은 바로크 시대의 망가진 의자 다리로 꼴라주 작업하여 새로운 볼륨을 찾아나가는 것이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도 그 꼴라주를 맘에 들어하셨고 바로 가봉에 들어갔다. 하지만 문제는 ‘의자 다리의 딱딱함과 건축적인 요소를 무엇으로 표현하는가’였다. 내가 택한것은 PVC 용지를 잘라 원단으로 싸는 방법이었다. 그렇게 디자인을 진행하고 가봉하고 실물제작을 통해 옷을 제출하고 피팅 후 대망의 패션쇼 날! 나는 너무 흥분되었다. 멋진 홀에서 멋진 옷들과 취재진들 ! 너무 멋있는 광경이었다. 리허설을 할 때 내 모델이 내가 만든 옷을 입고 나올 때의 감동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정말 뿌듯했다. 그리고 모델들이 메이크업과 헤어를 마치고 나와 시간이 흘러 정말 쇼타임이 다가왔다. 교장선생님의 인사말과 함께 쇼가 시작되고 하나 둘 옷이 나오고 내 옷이 무대에 선 그 순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베를린에 와서 제일 값진 시간이었고 많을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쇼가 끝나고 애프터 파티 때 교수님과 교장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너무 멋있는 옷이었다. 너는 정말 재능이 있는 거 같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왜 패션을 하고 있으며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앞으로 어떻게 더 노력해야 하며,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다. 베를린에서 느낀 자유로움, 신선함, 창작에 대한 넓은 폭, 거침없는 실험정신, 자신감, 확고함, 자신의 색깔을 찾아 유지하는 법 등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했던 이 모든 기억들이 앞으로 나를 성장시키는데 탄탄한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