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내가 패션 피플임을 되새기게 해준 4일간의 경험
- 작성일200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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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th '05-06 F/W SFAA Seoul Collection에서 헬퍼를 하게 되었다. 1학년 때는 입학설명회 모델을 한 이유로 SFAA에 참석하지 않아서 나에겐 이번이 첫 경험이라 왠지 더 긴장되고 설레임에 기대도 되었다.
작년에 헬퍼를 했던 사람들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헬퍼를 시작했다. 옷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것이며 옷을 입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기에 옷을 디자인 할 나로서는 많은 경험과 눈을 살찌울 수 있는 그런 태도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옷을 디자인해서 사람들이 입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내가 그 사람들이 될 수 없는 만큼 내 디자인의 객체가 될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 그리고 더 나아가 LIFE STYLE까지 사로잡아 버릴 수 있을 만큼의 지식과 감동을 내가 전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항상 하나의 경험을 더 할 때마다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배로 늘어나곤 하지만 내 눈이 살찌고 내 생각이 커지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건 셋째 날 하게 된 루비나 선생님 쇼였다. 화려한 디테일과 장식들, 소재의 다양함과 칼라 매치, 그것들이 이루는 조화로 옷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 감탄이 되었다. 비록 무대에서 직접 쇼를 볼 수는 없었지만 직접 옷을 만져보고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
무대에서 옷을 보는 것과 실제로 옷을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무대에서는 그 무대의 분위기, 모델들이 그 옷을 입고 스타일링 한 모습, 음악, 등 모든 것이 조화를 이뤄 물론 옷을 더 돋보이게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옷을 만져보고 가까이서 보게 되니 옷의 절개와 패턴, 그리고 디테일, 컬러, 등에 더 집중이 되어 디자인 자체를 더 잘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루비나 선생님께서 일일이 옷을 하나하나 체크하시고 액세서리를 직접 연출하여 우리에게 보여 주시고 옷의 느낌과 입혔을 때의 느낌까지 설명해주시는 모습에 너무나 감동을 받았다. 그 모습은 내가 기대했던 화려한 디자이너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마치 어머니와 같은, 자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같았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자식같이 여기며 하나하나 보살피는 그런 마음으로 보였다. 예전에 진태옥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디자인에 미치고 옷에 미쳐야 한다는 그 말이 떠올랐다. 어머니와 같은 마음으로 자식에 대한 끝없는 관심 같은, 옷에 대한 열정,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내가 늘 마음속에 두고 생각하는 "FASHION IS PASSION"이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옷에 대한 열정과 애정, 이것이 없다면 난 진정한 패션 피플이 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감동 그 이상의 것이었다.
4일간의 길고도 짧았던 ‘05-06 F/W SFAA Seoul Collection 헬퍼를 마치고 다시 학교 생활로 돌아온 지금은 꼭 꿈을 꾼 것만 같다. STAFF 명찰을 달고, 쇼를 보기 위해 쇼 시작 한참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뒤로한 채 백스테이지로 자랑스럽게 들어갔던 우쭐했던 기분 또한 이젠 추억이 되었다는 기분에, 왠지 헬퍼를 하며 힘들었던 기억은 다 잊고 이제는 아쉬움마저 든다. 실전의 경험을 머릿속에 간직한 채 힘들 때마다 나 역시 패션 피플이라는 사명감을 되새겨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