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
2004 S/S Seoul collection week 를 다녀와서...
- 작성일200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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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5일 부터 28일까지 4일간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개최된 Seoul collection에 헬퍼로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솔직히 지금 의상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는 창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큰 패션쇼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 분위기도 잘 모르고, 더구나 헬퍼라는 큰 역할을 맡아서 기대도 많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너무 걱정이 되었다. 혹시 내 실수로 쇼가 망쳐지지는 않을지, 짧고 바쁜 시간안에 얼마나 내 모델을 잘 도와줄 수 있을지 등등.... 이런 모든 생각들을 뒤로한 채 25일 내가 여태 경험한 일 중 정말 최고의 경험이라 할 수 있을 서울컬렉션에서의 헬퍼로서의 일이 시작되었다. 우선 맨 처음 리허설은 박병규 선생님의 쇼였다. 시간으로는 박윤정 선생님의 쇼가 먼저였으나 옷을 갈아 입지 않고 모델들의 동선만 확인하는 차원의 간단한 리허설이라 먼저 하는 듯하였다. 동선만 확인하는 리허설이라해도 엄연한 리허설이었으므로 내가 맡을 모델과 의상들을 배정받고 또 열심히 의상들을 체크했다. 쇼에 올려지는 의상을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있다는 것과 만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까이서 모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공부고 경험이 되는지 머리로는 알고있었지만 피부에 직접 와닿으니 그때서야 내가 맡은 일이 얼마나 책임감있는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모델들의 현란한 워킹과 자신감 넘치는 포즈, 그리고 그런 모델들 뒤에 있는 많은 스텝들, 굉장히 긴 무대, 포토라인의 카메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의상들... 쉽게 볼 수없는 디자인과 섬세한 디테일의 의상들은 놀랍기도 했고 한편으로 이 옷을 어떻게 모델한테 입혀야 할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의상을 입혀서 리허설을 했던 박윤정 선생님의 쇼에서 나는 김원경이라는 모델을 배정받았다. 사실 유명한 모델이라 한편으로 부담감도 있었고 처음하는 헬퍼일이라 그런 부담감은 더 크게만 느껴졌다. 더구나 내가 배정받은 의상이 너무 만만치 않아보여서 정말 그 순간은 어디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리허설이 시작되고 역시 걱정했었던 대로 나는 처음부터 헤매기 시작했다. 첫번째 의상인 뒤 쪽 여밈에 레이스 업 원피스는 짧은 시간에 옷을 입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 잡혀있던 나한테 너무나 큰 짐이었다. 더구나 일반 30수, 40수 하는 편한 면소재가 아니라 굉장히 얇고 잘못하면 찢어질 것만 같은 소재였기 때문에 다루기도 쉽지 않아서 처음 리허설때는 디자이너쪽 사람이 도와주어서 간신히 입힐 수 있었다. 두번째 의상으로 갈아입히려는데 역시 레이스업 원피스는 나한테는 너무 큰 짐이었다. 벗기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워낙 소재가 그런 탓도 있었지만 줄도 잘 풀리지도 않고 더구나 빨리 갈아입혀야 했음으로 마음대로 안되자 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것 역시 디자이너쪽 사람이 도와줘서 간신히 두번째 의상으로 입히긴했으나 나는 완전 의욕 상실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본쇼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걱정들이 마구 밀려오기 시작하니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리허설을 마치고 본쇼를 앞에 두었다. 그 날은 그 원피스만 해결되면 다 무리가 없을 듯 했기 때문에 쇼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의상들을 체크하면서 본쇼에서 어떻게 할지 생각해 두었고 다행히 본쇼에서는 헤매지 않고 잘 끝낼 수 있었다. 다음날 FASHION NEWS에 실린 그 원피스를 입은 김원경 사진을 보면서 한편의 뿌듯함과 그리고 사진으로는 너무나 간편해 보이는 원피스를 보면서 약간의 허탈감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시작 할때는 떨리고 해서 손이 더디게 움직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에 익숙해 질 수록 손놀림도 빨라지고 해서 큰 어려움 없이 쇼를 진행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바로 옆 B관의 쇼도 구경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특히 그곳에서 남성복 패션쇼가 모두 있었음으로 멋진 남자모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때도 일부러 B관으로 돌아 나가는 등 웃지 못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한편으로 B관 헬퍼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쇼가 끝나고나서 쉬는 시간동안 모델들과 사진찍는 일은 고된 헬퍼생활의 큰 즐거움이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모델들이 너무 인간적이었고 또 성격들이 너무 좋아서 사진찍는 것을 요구하는 우리들에게 쉽게 포즈를 취해주곤 하였다. 이틀 동안 255장의 사진을 찍은 걸 생각하면 헬퍼하랴, 사진찍으랴 얼마나 바빴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렇게 첫째날을 보내고 맞은 둘째날은 첫째날보다는 부담감도 줄어들었고 또 그 날 쇼는 한 모델에 거의 두명씩 맡았음으로 한결 수월했다. 다만 한 송 디자이너쪽의 더딘 진행으로 리허설이 예정시간보다 훨씬 늦게 시작되어서 당초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볼 수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욱준 쇼를 리허설도 본쇼도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고, 한편으로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못해서 리허설도 점심시간도 훨씬 늦게 진행된 한 송 디자이너쪽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더구나 그날 정욱준쇼가 남성복으로는 마지막 쇼였고 그 시간에 더딘 진행으로 아무 할 일 없이 그냥 붙들려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속상했다. 둘째날의 마지막 쇼였던 최창호, 원지해 쇼에서는 원지해쇼는 모델 한 사람당 옷이 한벌이었기 때문에 직접 쇼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게다가 색다른 분위기의 무대였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았다. 스케이트보드쇼가 다소 너무 길어서 지루한 면이 있었으나 쇼에서 모델들의 모습은 다른 쇼와는 달랐다. 굉장히 천천히 걸어 나오기도 하고 무대 중앙에 눕기도 하고 춤추기도 하고 옷의 분위기와 모델들의 행동이 잘 맞아서 굉장히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무대였다. 셋째날부터는 다들 지치기 시작했다. 나도 너무 피곤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다른 어느때보다 힘들었다. 첫째, 둘째날은 여기저기 구경다니느라 바빴는데 세쨋날은 다들 거의 자기 자리를 지키는 듯 했다. 셋째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일본 디자이너의 쇼였다. 일본 코스프레 마니아층에서 굉장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22살의 어린 디자이너 YUKI SANAYA는 굉장히 놀랍기도 했지만 그녀의 옷들을 보니 과연 코스프레 층에서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풍성한 볼륨의 스커트와 레이스업이 유난히 많았던 의상들은 약간 힘들기도 했지만 갈아입힐 시간이 넉넉한 편이어서 무리없이 잘 끝마칠 수 있었다. 또 다른 일본 디자이너 LINDA KAORI TANAKA의 의상들은 패턴과 디자인이 너무 귀여웠고 홀치기염같은 염색 패턴이 눈에 띄는 굉장히 편안한 분위기의 옷들이었다. 색상도 너무 편해서 그냥 입고 자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들 세쨋날이 되니 나름대로 헬퍼일들이 손에 익어서 척척 잘 해내고 있었고 또 쇼가 하나 하나 끝날때 마다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을 즐기고 있는 듯 하였다. 나 역시도 그런 기분을 즐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만약 이번 쇼에서 가장 정신없이 힘들었던 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홍미화 선생님 쇼라고 말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대단들 하였다. 홍미화 선생님 쇼는 전체의상이 너무 복잡해서 정말 모델 한사람당 두사람이 붙어야만 할 정도였다. 아웃웨어위에 이너웨어를 입고 셔츠를 인용해 레이업 스커트를 만드는 등 아이템들이 굉장히 눈에 띄었던 쇼는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그냥 이쁘고 귀엽지만 세부적으로는 의상 한벌당 5~6개의 아이템들이 덧입고 덧입는 형식이어서 정말 바쁘고 정신없었다. 정신없이 쇼를 끝내고 내 모델 언니였던 이다예 언니가 너무 잘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 해줬을때는 정말 뿌듯했고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마지막 심설화 선생님 쇼는 의상은 어렵지 않았으나 소품이 넉넉치 않아 돌려써야 했기때문에 소품챙기기가 너무 바빴다. 모자,장갑,신발,양말,액세서리 등 지금 생각해도 셋째날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던거 같다. 마지막 넷째날이 시작되었다. 마지막 날이라는 점이 아쉽기도 했지만 유종의 미를 위하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날은 워낙 셋째날을 바쁘게 보낸 탓인지는 몰라도 여유롭게 진행되었던것 같다. 김종월 선생님의 쇼는 옷들도 그리 어렵지 않았고 또 디자인들도 스포티한 느낌이 현재 스틸 도시에 느낌이 들어서인지 몰라도 낯설지 않아서 좋았다. 그나마 가장 밖에 입고 다녀도 될 듯해 보였고 디자인도 예뻤다. 그렇게 무리없이 김종월 선생님의 쇼를 끝내고 1시간이 좀 넘는 쉬는 시간을 얻었다. 너무 피곤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으로 쇼가 하나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아쉽기도 하고 마지막쇼도 잘 진행되기를 바랬다. 마지막 쇼는 안윤정 선생님의 쇼였는데 마지막 피날레 의상들이 너무나 기억에 남는다. 한복을 응용한 의상은 색상도 디자인도 너무 예뻤으며 웨딩도 세벌 모두 너무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윤정 선생님의 쇼는 의상은 별로 어렵지 않았으나 신발 때문에 정신없었다. 신발이 모자라서 돌려 신어야 했는데 남는 신발이 없어서 목이 터져라 "하얀 신발이요~!"하고 외쳐서 간신히 신발을 구해서 모델을 내보낸 걸 생각하면 지금도 아슬아슬하다. 그렇게 4일간의 귀중한 경험은 내 카메라 속에 그리고 기억 속에서만 남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한 일이니 만큼 불미스런 일도 중간중간에 생기기도 하였지만 쇼가 잘 마무리되어서, 우리 반이 아닌 다른 반 사람들과도 친해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이런 큰 행사에 내가 작은 일이나마 한 몫 했다는 것이 너무 뿌듯했고 내가 에스모드에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루 하루가 지날 때마다 나오는 FASHION NEWS에서 내가 입힌 의상을 입은 모델이 워킹하는 사진을 볼 때면 어찌나 뿌듯하던지 꼭 내가 디자이너라도 되는 것처럼 들뜨곤 했다. 그리고 입힐 때는 워낙 바빠서 옷을 전체적으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옷을 입고 워킹하는 모델의 사진을 보면서 전체적인 실루엣을 보니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옷을 볼 때마다 '이 옷은 이런 여밈에 이런 옷이었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헬퍼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알지 못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부심도 느꼈다. 비록 4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기회였고 또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드는, 경험한 것도 많았고 그만큼 얻은 것도 많은 귀한 시간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