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보아야 새로운 디자인이 나온다"
- 작성일201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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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전, 교환학생을 떠나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나는 이상하게 자신감에 차있었다. 내 또래의 다른 학생들보다 스스로 열정적이라 자부했고, ‘교환학생을 다녀와 교수님들과 친구들을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에스모드 뮌헨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지금, 그 생각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닫는다.
교환학생 기간 중에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매우 기본적인 깨달음이었다. 외국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어떻게 자료를 찾고 그것을 또 어떤 식으로 활용해 자신의 인스퍼레이션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에스모드 뮌헨은 모델리즘과 스틸리즘 교실이 따로 있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자리만 나누어 작업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학생 수도 많지 않은데다가 학생들의 집중도도 매우 높아서 수업 시간 내내 매우 밀집된 수업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학년 교실이 2학년과 같은 층에 있는데다가 유리창으로 나뉘어 있어 관심만 가진다면 3학년 졸업작품 제작을 볼 수도 있었다. 과목과 학년에 상관없이 열려 있는 이러한 수업 환경은 현재 배우고 있는 수업 외에 충분히 다른 것에 관심을 갖게 했고, 다음 학년에 내가 하게 될 작업에 대해서 충분히 호기심과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스틸리즘 수업의 경우, 학생마다의 고유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공유할 수 있었다.
에스모드 서울에서 셔츠, 스커트, 팬츠 등으로 도시에를 나누어 작업하는 것과는 달리 뮌헨에서는 하나의 추상적인 테마가 주어진다. 아이템, 개수, 컨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도시에를 꾸밀 수 있었다. 새로운 디테일과 디자인을 스스로 찾아 만드는 뮌헨 학생들의 작업 방식은 특히 흥미로웠다.
담당 교수님이셨던 벨라 선생님은 내 작업을 보시고 “덜어낼수록 더 좋겠다”는 말씀을 몇 번이고 하셨다. 그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여주고 열심히 한 것을 증명하려는 내 작업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몇 주간 수업을 해나가면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한 곳에 포인트를 주지 못하는 내 디자인의 한계를 절감했고, 그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는 디자인을 보는 다른 시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게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면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1학년 김자영 담임 교수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교환학생 기간 중에 내가 해야 할 것은 내 마음에 드는 완벽한 도시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독일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그것을 디자인으로 풀어내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에게 눈치가 보일만큼 쉴 새 없이 이 작업대에서 저 작업대로 돌아다녔고, 멀리서도 ‘저건 뭐지?’하는 것이 눈에 띄면 재빨리 가서 물어보고 노트했다. 교환학생을 오기 전 교장 선생님께 들은 “많이 보고와라. 보고 알아야 디자인도 나온다”는 말씀을 조금이나마 실천에 옮겼다고 생각한다.
이번 교환학생 기간 동안 서울에서 빡빡한 수업과 과제를 따라가느라 그동안 놓쳤던 패션에 관한 기본적인 생각들, 디자인에 관한 근원적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었다. 지금 내게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 지, 내가 가려는 방향은 어디인지, 내가 추구하는 목표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교환학생에서 돌아온 지금, 이를 실천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