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서 얻은 ‘과정’의 즐거움
- 작성일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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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4월 날씨는 여자의 마음보다 변덕스럽다지만 교환학생 첫 날, 에스모드 뮌헨으로 향하는 내 마음보다는 덜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업 첫날이란 생각에 잔뜩 긴장이 되면서도 내가 지금 뮌헨 거리를 거닐며 학교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켰기 때문이다. 정문으로 들어가기 전 거꾸로 매달아놓은 오브제 디스플레이를 보며 새로운 발상이 넘치는 이곳에서 앞으로 공부할 생각에 마음이 설레었다. 2층 교무실 앞에는 이미 완성된 3학년 우수 졸업작품들이 바디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고 선생님들은 나를 밝은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다.
낯선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을 대면하니 덜컥 겁이 났지만 웃는 얼굴로 나를 소개하니 다들 반갑게 맞아주었다. 빈 자리에 앉아 교실 안을 둘러보며 도무지 지금 스틸리즘 시간인지 모델리즘 시간인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옆 친구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한 교실에서 스틸리즘과 모델리즘을 같이 배운다고 했다. 마네킹이 놓여있는 쪽이 모델리즘 파트이고 그 반대편이 스틸리즘을 작업할 자리였다. 모델리즘과 스틸리즘을 동시에 한곳에서 작업할 수 있어 작업진행에 용이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한곳에서 두 과목을 동시에 진행하니 불편함도 있을 것 같았다.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한 교실에 두 교수님이 계셔 이상하게 여겼는데 스틸리즘은 마커스 선생님이, 바바라 선생님은 모델리즘을 담당하고 계셨다.
독일과 한국은 학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내가 갔던 시기에는 모든 3학년 학생들이 자신들의 졸업작품을 대부분 완성했을 때였다. 그래서 그들이 어떤 콘셉트로 어떠한 방법을 이용하여 디자인을 전개해 작품을 완성했는지 잘 볼 수 있었다.
마커스 교수님께서 잘된 도시에를 나에게 보여주고 교무실 앞에 전시된 우수 졸업작품들을 설명해 주셨다. 작품들은 모두 웨어러블하면서도 각 작품마다 개성이 뚜렷하게 보였다. 또 학생들 도시에마다 자기 콘셉트대로 재미있게 구성하고 꼴라쥬하여 감도 있게 완성했다. 나는 레이아웃하여 페이지 구성하는 것이 매우 약한데 내 지난 도시에들을 마커스 교수님께 보여드렸을 때 선생님 역시 그 점을 지적하셨다. 그래서 앞으로 잡지책이나 아트북을 참고하여 모방해 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첫 주중 하루는 마커스와 바바라 선생님께서 나를 데리고 뮌헨 시내 구경을 해주었다. 유명한 디자이너 개인샵이나 브랜드샵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독특한 소재와 디테일이 많이 보여 눈이 즐거웠다. 패션잡지 매장에도 데려갔는데 독특한 포토슈팅이 보이면 인터넷에서 찾아 참고하기 위해 메모해 두었다. 그 뿐만 아니라 유명한 마켓이나 상점들도 보여주었다. 비가 많이 오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씨티 가이드로 나서준 두 분께 감사했다.
그 다음날 밤에는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되어 참석했다. 그 스튜디오에서 학생들이 대부분 졸업작품을 찍었고 그런 슈팅컷들이 모여 근사한 하나의 화보집이 되었다. 그 화보집은 나중에 잉고 교수님께서 나에게 선물로 주셨는데 나에게는 둘도 없는 값진 추억이자 두고두고 좋은 자료가 될만한 것이었다.
2주째에는 4가지 룩을 한 콘셉트에 맞춰 디자인을 전개하고 그에 맞는 일러스트까지 완성시키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나는 한국에서 정한 콘셉트를 계속 가지고 에스닉하지만 좀 더 강렬해진 테마로 디자인을 전개했다. 내 디테일 중 끈을 한번씩 꼬아 연결되는 디테일을 실제 광목으로 만들어 바디에 표현해 보기로 했다. 마커스 교수님은 웨어러블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디자인 중 과한 것은 정리해 주시면서 모든 작업이 일관성 있게 보이도록 도와주셨다.
마커스 교수님은 한 부분을 과장되게 나타내 주목되는 효과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는데, 내 착장 4가지 룩도 에스닉 테마에 맞춰 상의는 짧지만 팔 다리는 과장하여 길게 늘여 착장을 완성하게 지도를 해주셨다. 선생님의 충고를 듣고 그에 따라 고치면 항상 너무나 멋진 결과가 나온다.
마지막 날에는 친구들과 2학년을 담당하신 선생님들과 학교 버스를 타고 최근에 생긴 소재 박물관을 견학했다. 그곳에서 실에서부터 원단, 프린트까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소재가 생산되는지 듣고, 실제로 실이 짜여 원단이 만들어지는 모습도 보고 여러 원단들을 만져보며 체험도 해보았다. 이론으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 직조 기계를 보고 생산 과정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학교로 돌아와 이곳에서 작업한 내용을 프린트하고 올라가자 마커스와 바바라 교수님께서 내게 선물을 주셨다. 가슴이 뭉클했다. 선물 중에는 내가 꼭 먹고 싶어하던 열매가 박힌 초콜릿도 있었다. 우린 서로 사진을 찍었고 밑으로 내려가 잉고 교수님과 다른 교수님들과도 기념 촬영을 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후에 잉고와 마커스, 바바라 교수님께선 현관 앞까지 나와 나를 배웅해 주셨다. 이제 정말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워 마음 한구석이 짠하게 아파왔다.
한 달간 에스모드 뮌헨에서의 배움은 나에게 정말 값지고도 행복한 경험이었다. 독일에서의 교환학생 기간 동안 틀에 박힌 학교 안에서의 작업만을 하지 않았고 밖에 나가 눈으로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는 즐거움을 깨달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뮌헨에 가기 전, 내가 교환학생 기간 동안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이루고 돌아온 것 같아 기쁘다. 에스모드 뮌헨에서 완성시킨 네 가지 룩의 ‘결과’가 좋게 나와 물론 기쁘긴 하지만, 그보다는 그 결과물들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배운 점이 훨씬 많았다. 뮌헨에서 한 달간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바탕으로 해서 앞으로 주어지는 모든 과제에 기쁘게 그리고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