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세계, 에스모드 파리 (에스모드 파리 교환학생 연수기)

  • 작성일201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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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진다는 말이 진실 인가보다. 1학년 때부터 에스모드 파리에 교환학생을 가고 싶어 기회가 올때까지 열심히 살자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드디어 기회는 찾아왔고 교수님들과 부모님 덕에 꿈에 그리던 나의 또 하나의 세계, 에스모드 파리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에스모드 파리에선 영어와 프랑스어 합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스틸리즘 교수님은 파비안 교수님, 모델리즘 교수님은 줄리엣 교수님이셨다. 낯선사람들과 낯선 교실.. 한편으로 자꾸만 낯설어서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만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곳에서 두달동안 새로운 것을 접하고 지내게 되었다는 사실에 자꾸만 설레였다.

11월 5일부터 16일까지 스틸리즘은 개인 스포츠웨어 제작을 위한 디자인 수업이 진행 될 예정이었고 모델리즘은 Blouson perfecto ‘de ville’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내가 오기 전 주부터 스포츠웨어 작업이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3주작업을 2주안에 해야 한다는 사실에 걱정이 되었다. 시차적응도 잘 못하는 편이라 잠은 자꾸만 쏟아져 왔다. ‘아 열심히해야 하는데…’
처음 받는 디자인 컨펌에서 ‘너무 클래식하다’는 평을 받았다. 좀 더 흥미롭고 내가 선택한 주제인 암벽등반에 맞게 독창적인 실용성도 추가해 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첫 모델리즘 수업은 긴장속에서 수업을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수업하기에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서울학교 교수님들께서 항상 열심히 가르쳐주셔서 그동안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쉽게 쉽게 수업을 이해 할 수 가 있었다. 다만 내가 놀랐던건, 서울 교수님들과는 다르게 줄리엣 교수님께서는 미니패턴만 갖고 오시고 거기다가 직접 펜으로 간단히 표시해 주시면서 구성패턴을 설명하셨다. 서울교수님들께서는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여 가르쳐 주시는데.. 서울학교 교수님들께서 정말 우리를 위해 누구보다 고생하신다는 걸 이때 뼈저리게 알 수가 있었다.

2주차에 접어 들면서부터 점점 파리에 익숙해져가고 많은 친구들도 사귈 수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조금 낯선 기분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스틸리즘 수업, 다행히도 디자인이 흥미롭고 좋다는 평을 받았다. 이제 소재매치만 잘 시키면 되는데 원단시장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걱정이 되었었다.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으로 원단시장도 알게되었다.

모델리즘 수업에서는 반가봉 평을 잘 받았고 재단패턴 구성과 완가봉에 들어갔다. 모델리즘 교실에는 5대 정도의 공업용 미싱과 고작 2대 뿐인 가정용미싱이 있었다. 시설로 치면 우리학교가 몇배 더 좋구나 라는 생각에 은근히 기분도 좋았다.

3주차, 월요일은 제출일이었다. 무사히, 그것도 일등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잘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3주차는 특강주였다. 캐드수업, 마케팅수업, 데생수업 모두 한국과 비슷했다. 다만, 특별 특강 주간에만 이런 수업을 하는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이 이런 수업들을 진행한다는 것이 의외였다. 그래서 생각과는 다르게 모델리즘이나 스틸리즘 수업 진도가 느린편인걸 알 수가 있었다.

4주~7주차. 스틸리즘은 한국에서 이미 배웠던 테일러드 재킷 디자인이 시작되고 모델리즘은 지난 스틸리즘 수업에서 진행했던 개인스포츠웨어 제작에 들어간다. 테일러드 재킷 디자인수업은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40, 50, 60년대 중 한 시대를 골라 그에 관한 영화를 가지고 시대배경에 맞춰 디자인을 전개했다. 실제 재킷을 가지고 재구성도 했다. 색다른 수업에 재미가 있었다.

모델리즘 수업은 아무래도 본인 디자인을 제작하는 거여서 그런지 손쉽게 진행할 수 있었다. 한국학교에서 만날 볼 수 없었던 전공들, 예를들면 무대의상반, 액세서리반, 오뛰쿠뜨르반들의 3학년 전시작품을 볼 수가 있었는데 그러면서 많은 기법들을 배울 수 있었고 이런 것들을 스포츠웨어 작업할 때 시도해 보았다.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자면, 친구들이 모델리즘 제출일을 장난으로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3주 작업을 1주 반 만에 모두 끝내버리는 상황을 만들었었다. 그리고 그로인해 ‘일벌레’라는 별명도 가지게 되었다.

에스모드 파리에서 정규수업을 듣는 것도 좋았지만 재밌었던건 앞서 말한 다양한 분야들의 친구들을 사귄 덕에 한국에서 배울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을 배울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손바느질로 단추 구멍을 만드는 법, 와이어를 만드는 방법 등 수업 말고도 친구들을 통해 여러 가지를 배울 수가 있었다

마지막 수업과 제출일, 나는 작업물을 서울학교로 가져와야해서 제출을 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했다. 나 역시 서울 학교로 돌아가 점수를 받아야 하는건 똑같은데 뭐가 부러운지..

대하기 힘들었을 나를 끝까지 보살펴주셨던 교수님들과 처음엔 조용했다가가 시간이 갈수록 장난기가 발동해서 하루종일 장난을 치던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던 좋은 친구들과의 이별.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나는 그만 울고 말았다.

공간과 시간은 다르지만 서로 에스모드라는 이름 하나로 연결된 에스모드 파리와 에스모드 서울 학생들. 서로 열심히해서 언젠가는 세계 무대에서 선의의 경쟁자로 영원한 친구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아쉬운점도 있었지만 좋은기억만 품고 돌아왔다.